보이스 피싱은 어딘가 어설플 것이라는 인식은 이제 틀렸다. 갈수록 대담해지고, 섬세해지고, 교활하게 변해가는 피싱 수법들에는 직업과 나이를 불문한 피해자들이 생겨난다.
보이스 피싱은 예전만 해도 ‘조선족 말투’ 등의 어설픈 점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수법이 많았다. 대부분 가해자들이 신상과 모습을 숨기고, 고연령층 등의 피싱 취약계층을 노려 행해지던 수법들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다르다. 이제는 아예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뺏는 수법까지 유행하고 있는 수준이다. 말하자면 ‘대면 편취형’인데, 이는 통장 개설 절차가 강화되고 30분 지연 인출제도, 계좌지급 정지 등의 보이스 피싱 예방책이 강화되자 등장한 신종 수법으로 분석된다.
대면 편취는 보통 금융기관을 사칭한 가해자가 기존 대출금은 현금으로 갚아야 한다고 속이거나, 아예 수사기관을 사칭해서 은행계좌로 송금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돈을 뺏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실제로 피해자의 회사까지 찾아와 돈을 받아가는 대범한 사기 사건까지 이뤄졌는데, 이렇게 ‘대범’한 수법인 탓에 오히려 사기일 것이라고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대면 편취형은 특성상 보이스 피싱 예방의 사각지대에 있다. 현재까지 등장한 예방책들은 모두 전화 등을 이용해 이뤄졌기 때문에, 송금이나 통화 자체를 중지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대면 편취형은 송금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수법이라 그 어떤 규제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금융과 수사기관이 전화로 금품을 요구하는 것, 또는 불특정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다. 특히 돈을 인출한 뒤 직접 만날 것을 요구한다면 무조건 보이스 피싱을 의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쉽지만은 않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보이스 피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8월부터 두 달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보이스 피싱 특별단속을 한 결과, 무려 3022명이 검거되고 172억 원 규모의 불법 환전을 적발했다. 또 지난해 대면 편취형 보이스피싱은 2020년 동기간보다 77.7%가 늘었을 정도로, 해당 수법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대면 편취형 보이스 피싱의 경우는 가해자들이 직접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 당연하게도 범죄 조직에 타격을 입지 않게 하기 위해, 일반인 ‘알바’를 끌어들여 활용하고 있다. 이 ‘알바’들은 SNS를 이용해 모집되거나, 심지어는 대중적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이용해 ‘채권 회수’, ‘외근직 아르바이트’, ‘부동산 경매업무’와 같은 그럴 듯한 제목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직이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업무에 비해 고액의 대가를 받는 이런 일에 자신도 모르게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 20대 피해자들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보이스 피싱은 사람들의 다양한 약점을 파고들고 많은 피해자를 남기고 있다. 피해 구제 자체도 어려운 범죄라는 특성상,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의심과 빠른 신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