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환경은 새 것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경 보호를 위해 비닐 봉지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이 있다. 그는 장을 보러 가기 위해 비닐 봉지 대용으로 쓸 에코백을 샀다. 또 카페에 갈 때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대신 음료를 받을 텀블러를 샀다. 집에 낡은 보온병과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은 접이식 장바구니가 있지만, 보기에도 좋고 실용성을 더 따진 새 에코백과 텀블러는 만족스럽다. 그는 과연 진정한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친환경. 親環境. Environment friendly. 이는 환경적이고 지구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전적으로는 자연환경을 오염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일 또는 그런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오늘날 친환경은 지구촌의 최대 공통 관심사 중 하나다. 환경 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지는 한참이 지났고, 이를 위한 인류의 자정작용이 절실한 시점이다. 쏟아지는 쓰레기들과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인류의 행보는 지구를 병들게 하고, 나아가 인류에게 돌아오는 화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은 이제 기업의 마케팅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친환경이 소비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자 이를 이용한 마케팅도 난무하고 있는 탓이다.
위에서 예시로 든 에코백은 언젠가부터 국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물품 중 하나다. 대형 마트에서 비닐 봉지 등의 사용이 금지된 후로 특히 떠오르는 유행 물건이 되었는데, 말그대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는 평가를 받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끈다.
하지만 이 에코백조차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많은 소비지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중 하나다. 에코백 사용이 유행하면 자연스럽게 에코백 생산, 판매가 늘어나는데 이를 친환경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진정한 친환경은 소비하지 않는 것이며, 이제는 업사이클링, 우리말 표현으로는 ‘새활용’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생활 속에서 버려지거나 쓸모없어진 것을 수선해 재사용하는 것은 리사이클링(Recycling)이지만, 이를 뛰어넘어 전혀 다른 제품으로 새로이 생산하는 상위 개념의 단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같은 움직임이 낯설지만, 외국에서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진작 자리잡았다.
새로운 에코백을 생산하는 것과, 버려진 현수막을 재활용해 장바구니로 만드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업사이클링은 자원을 지속적으로 선순환시키고, 새 제품의 생산을 줄여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자원을 아끼고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을 방지한다. 물질적 풍요는 그대로지만 폐기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사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 생활 속에서도 한 번 쓰고 버려지기에는 아까운 물건들이 너무나도 많다. 잘 만들어진 배달 음식 용기는 얼마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튼튼한 종이백은 휴지케이스로 활용하기 제격이다. 진정한 친환경을 생각하는 기업들은 이미 인테리어부터 패션 분야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탄소 중립 시대에 맞춰 진정한 친환경은 무엇일지, 또 ‘친환경’이라고 광고되는 것이 진짜 친환경적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시기다.